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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만족/보다

더 페이버릿 The Favourite...영화

오타와케이트 2019. 3. 28. 03:52

전에 볼 기회를 놓쳤던 영화였는데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다시 며칠 동안 상영했다. 

그래서 이번엔 밤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보고왔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추천한 영화이고 또 유명해서인지 영화관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캐나다의 밤도 나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데가 있었네.

1700년대 영국왕실을 배경으로하는 이영화의 중심인물은 세 명이다.
앤여왕 - 여왕이지만 앤이 상징하는 것은 외로움과 고독, 상실.
17명이나 되는 자식을 잃고 대신 토끼를 키운다. 항상 사랑을 갈구하고, 상실감에 폭식을 하기도하고
또 한없는 육체적 고통에 빠져있다.
사라 - 여왕의 친구이자 여왕의 대리.  정치와 권력을 상징한다. 
하지만 사라는 정치적 권력과 카리스마를 가지고 여왕의 무한 신뢰를 받고 있음에도 다른 사람의 
고통에는 공감하지 못한다.
애비가일 - 애비가일은 욕망, 신분상승, 자기애 등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사라의 친척으로 몰락한 귀족집안의 딸이다. 인생의 바닥을 알기에 어떻게해서든지 신분을 상승시키고자
하고 또 영악하게 그 방법을 잘 알고있다.

이 세사람은 서로를 사랑하고 이용하면서 파워게임을 한다. 
앤과 사라는 친구, 왕과 신하, 그리고 연인의 복합적인 관계이다. 
그러나 그 틈을 애비가일이 비집고 들어가서 결국은 사라는 추방되고 그러는 과정에 앤은 전과는 다르게 이성적이고 
차분하게 여왕의 역할을 해나가고 애비가일은 사라의 자리를 차지한다. 
그러나 결국은 앤은 사라의 진실한 사랑을 그리워하고 애비가일의 거짓을 깨닫는다. 

사라는 진정으로 앤을 위해 국가를 위해 진실되게 일했지만 그녀는 앤의 근본적 고통에는 공감하지 않는다.
사랑에는 한계가 있다는 말처럼. 그리고 애비가일의 그 근본적 욕망도 과소평가하여 결국은 추방되고만다. 
애비가일이 여왕을 위한 약초를 처방했을 때 그 욕망을 눈치챘어야하고, 또 끝부분에  사라가 여왕에게 보낸 편지가 여왕이 아닌 
애비가일에게 갈거라는 것을 예측 못했나? 

애비가일은 그토록 목표로했던 자리에 오르지만 결국 향락과 방탕에 빠진다. 처음에 목표가 있을 때의 애비가일은 
항상 책을 읽고 있었다.(앤과 사라의 비밀을 알게 된 것도 책 때문이고, 숲에서 마샴을 만날 때도) 
그녀는 앤에게 입에 발린 말로 위로를 하고 거짓으로 앤의 고통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또 정치적 힘을 활용하여 목표를 이룬다. 
그러나 거기까지.... 여왕을 제대로 보필하는 것도 아니고 국가에 대한 비젼이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그녀에게 그런 것까지 기대할 수는 없지. 그런 캐릭터가 아니니까.

마지막 장면은 너무나 압권이었다. 
앤은 애비가일에게 다리를 주무르라 명령하고 그녀의 머리채를 잡는다. 
앤은 먼 곳을 응시하고(허무한 눈빛), 애비가일은 바닥을 보고 (굴복)  
그리고 앤과 애비가일의 얼굴 위에 토끼의 얼굴이 
무수히 겹치면서... (그것도 엄청 많은 토끼들이...) 끝난다.

결국 진실하지 않은 사랑은 이렇게 또 끊임없는 고통과 상실 뿐이라는 것 같았다.

사실 우린 많은 궁궐의 암투와 권력투쟁 이야기를 알고 있다.
남녀가 바뀌었을 뿐 사라는 왕 옆에서 왕을 통해 정치적 이상을 구현하고자했던 많은 2인자들....
정도전, 조광조, 홍국영... 이런 많은 사람들이 사라의 캐릭터같고 
물론 애비가일은 장희빈이나 장록수, 김개시... 이런 사람들의 캐릭터이다. 
물론 고통과 외로움 속에서 유약했던 많은 왕들도 있고....
그래서인지 캐릭터에 대한 새로움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영화는 화면의 구성과 마음을 긁어내는 듯한  음악,
그리고 섬세한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좋았다. 
내가 생각하는 변함없는 주제는 사랑이다. 거짓을 통해 절대로 진실한 사랑을 얻을 수 없다. 
그 사람이 나누어주는 권력과 힘 이런 좋은 것만 사랑하는 것이 진실한 사랑이 아니라 
내면의 고통과 상처까지 그 아픔을 함께 할 때 진정한 사랑이지만 그렇기에  
그것은 또 정말 어려운 것이 아닐까한다.

다 보고나서 마음이 우울해진 영화.
그리고.... 영국식 영어가 잘 들리지 않아 영어 공부를 좀 더 해야겠다는 현실적인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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