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면부터 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타일 위 물거품들..... 그 물거품을 씻어내는 물, 시간이 지날수록 더러워지는 물과 떠가는 비행기. 모든 것들이 모자이크 타일 위에서 벌써 많은 얘기를 하고 있었다. 내용은 멕시코의 백인 가정에서 일하고 있는 원주민 소녀 Cleo의 이야기이다. 아직도 반복되고 있는 원주민과 이주민의 대비되는 삶, 멕시코의 정치적 격동기, 남자들의 허위의식과 오롯이 자기 삶을 찾아가야만하는 여자들... 화면에서 보여주는 많은 비유와 상징들이 영화의 주제를 자연스럽게 기억하게 해준다. 새장 속 새들, 치워도 치워도 또 쌓이는 개똥, 파티를 주최한 집의 박재된 동물들, 축복했지만 깨진 잔, 남자친구를 찾아가는 온통 진흙투성이의 길, 넘실대는 파도.... 이것들은 모두 주..
캐나다에 살면서 많이 만나는 중동 사람들. 처음 동네 친구로 만난 압둘라. 어린 아이인데도 간식 먹을 때 돼지고기가 들어간거냐고 물어서 나를 놀라게 했는데 (군만두의 고소한 냄새를 참으면서 안 먹는 종교적 신념) 우리 아들에게 나쁜 말과 행동을 가르치는 바람에 못 놀게했지. 그래도 그 동네에서 이사할 때 쓰지않게 된 쇼파와 침대보, 이불 등을 주고왔다. 아프카니스탄에서 왔다던가... 그 다음엔 이사한 바로 옆집 사우디 의사집. 캐나다병원에 교환의사....무슨 트레이닝 이런 프로그램으로 온건데 의사라서 역시 매너도 좋고 점잖은 사람들이었다. 아들 셋에 막내는 딸. 부인은 엄청 상냥하고 집에서는 히잡을 벗고 있는데 히잡을 벗으면 정말 훨씬 더 매력적이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최근엔 교회 난민 지원 프로그램으로..
- "나는 근사한 문장을 통째로 쪼아 사탕처럼 빨아 먹고 작은 잔에 든 리큐어처럼 홀짝대며 음미한다. 사상이 내 안에 알콜처럼 녹아들 때까지. 문장은 천천히 스며들어 나의 뇌와 심장을 적실뿐 아니라 혈관 깊숙이 모세혈관까지 비집고 들어온다." (p.10) - " 나를 위한 미사인 독서의식을 행하고~~"(p. 14) 뭔가 독특한 분위기의 이 소설은 시작부터 가슴을 울리는 구절들이 많았다. 폐지 속에서 보석 같은 책을 발견하고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주인공. 결국 자신의 삶을 그 책들 속으로 던지는 결말. 일종의 물아일체? 아니면 헤겔식의 정반합? 동서양의 철학과 종교까지 포괄하여 삶과 사랑... 아니 인간 존재의 모습을 너무나 색다른 모습으로 보여준다. 그 동안 난 어떤 독서를 했던가? "미사"에 이를..
우리에게 항상 '가족'이 주는 느낌은 따스함, 포근함 이런 긍정적인 감정이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 만나는 현실은 꼭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무거운 책임감, 의무감, 혹은 가족이지만 가장 큰 상처를 주기도하고 받기도 한다. 나는 십 여년을 기러기 가족으로 지내면서 일반적인 가족의 형태를 유지하지 못했다. 아니...'일반적인'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수도....... 여기서 이렇게 기러기 가족으로 지내는 많은 분들과 주로 교류하고 지냈기에 어쩌면 나에게는 이것이 또 다른 일반적인 모습. 가족들과 떨어져 살면서 내가 한 염원은 시간과 공간적 제약을 넘어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가족이 함께 해 달라는거였는데.... 같이 있으면서 서로를 외면하는 가족이 아니라 비록 떨어져 있어도마음으로 함께 하며 서로를 생..
우리의 옛그림이 '자연의 소요'를 그린 그림이라면 서양의 옛그림은 '인간의 역주'를 그린 그림이라고 .....이렇게 동,서양의 관심사가 크게 달랐다고 지은이는 전제하고 시작한다.서양의 역사화는 주로 신화적, 역사적 영웅들과 그 사건을 다룬 그림들이기에 역사적 지식이 필요하고 그 장면을 통해 말하고 싶은 시대 정신과 감성도 이해해야 한다.그런 의미에서 서양화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그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관심을 갖게 된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프랑스 혁명의 역사적 변혁기에 신화 속의 인물들 뿐 아니라 우리에게 친숙한 동아출판사 완전정복 표지에 있었던 나폴레옹의 그림, 유명한 나폴레옹의 대관식, 무섭다기 보다 비장한 느낌까지 들었던 '마라의 죽음' 등다비드의 그림은 그 자체로 시대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
우리의 선입견으로는 개인주의자라면 일단 좀 부정적인 느낌이 들겠지만.... 여기서 개인주의자는 그렇지 않다. 이기주 의나 고립주의가 아닌 합리적인 개인주의이기 때문이다. 유난히 공동체 의식이 강한 우리는 종종 개인주의를 이기주의와 비슷하게 이해하기에 정확하게 개인주의를 받아들이기가 쉽지않다. 자신의 독립성과 주체성 뿐만 아니라 사회의 일원으로서 역할도 충실히하는 좀 더 발전된 모습이라고 할까? 비슷한 시대를 보냈기에 학교 교육이나 사회를 보는 많은 부분에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법조인으로 사회를 위해 하는 일들도 자랑이 아닌 담담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도 좋았다. 건강한 개인주의자들은 누구를 위해서 라는 거창한 말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또 내가 행복해지는 길이니까 그저 묵묵히 할 따름이다..
시간이 많은 남편의 요즘 취미. 목공. 몇 가지 생활가구를 뚝딱뚝딱 만들더니 이젠 예술적으로 작품을 시작했다. 남편은 필체가 좋은 편이다. 둥글둥글하면서도 모나지않은 유려한 필체였는데 (물론 콩깍지로 본 주관적인 평가) 아들과 딸에겐 이름을 넣은 선물을 만들더니 이젠 뭐 아예 현판까지 제작하였다. 친하게 지냈던 지인에게 선물로 주고 싶다는데.... 글쎄... 이 심오한 뜻을 이해하려나 모르겠네. 심자한....마음에 여유로움 월하편주....달 아래 조각배 둘 다 중국 장자 스타일의 글귀. 본인의 마음이 그런가?
어릴 때 인디언은 '초원의 집'의 로라네를 위험에 빠트리는 무서운 사람들이었다. (철저하게 백인 중심 관점으로 세뇌당함)그러다가 '늑대와 춤을'에서는 친구가 되는 인디언을 보았지만(이것도 어쩌면 여전한 백인 중심)결국 커서 읽은 책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에서 비로서 인디언들의 비극적 역사를 알게 되었다. 그 후 인디언은 그저 연민의 대상이었고 또 캐나다 역시 별반 다르지 않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나마 캐나다가 나은 것은 지속적으로 역사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를 하고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와서 무엇이 중요하냐마는 그래도 잘못을 인정하니..... 이 책은 조용한 목소리로 우리가 정말 배워야할 것, 그리고 알아야할 것들은 자연과 더불어 자연 속에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
책 정리를 하다가 발견한 오래된 책. 표지그림이 맘에들어 읽게 되었다. 내용도 나름 참신해서 새로운 것을 많이 알게 되었는데.... 요즘은 뭔가 새로운 것을 알게되는 것보다 마음에 잔잔한 느낌을 주는 것이 더 소중하다는 생각이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우린 인간이 우주의 중심이라 생각하고 사는데... 이 세상은 결코 그렇지않다는 사실. 그야말로 작은 벌레..혹은 벌레만도 못한 그 무엇일지라도 다 존재의 이유와 그들만의 세상이 있다는 것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좀 더 크게 만드는 책이다.
너무나 소설 같은 소설이다. 설화, 만화, 영화, 신화 ....모든 것들이 비빔밥처럼 다 들어있다. 여러가지 재료가 어울려 맛있는 비빔밥 한 그릇이 되듯이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서로 어울려 한 권의 소설이 되었다.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결코 순탄한 것이 아니라서 ....(함께 읽은 분의 표현대로 ) 내 삶이 너무나 평범하고 순탄했다는것에 감사할 지경이다. 초반의 설화 같은 노파의 삶, 그리고 영화 같은 금복의 삶,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설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춘희의 삶. 모든 등장 인물들의 강한 성격이 서로 연결되어 물흐르듯 어우러지면서 그 삶은 개인의 삶이 아니라 그 자체로 역사가 된다. 너무나 소설 같은 소설이라는 것이 내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