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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만족/맛보다

잡채 만들기

오타와케이트 2018. 1. 8. 11:25


이야기가 있는 음식: 잡채
얼마 전 동생이 한 말.... "언니 난 잡채가 이렇게 맛있는 줄 몰랐네. 할머니가 하도 잡채를 좋아하셔서 어린 마음에 난 잡채가 싫었는데.... 그래서 잘 안먹었는데...이렇게 맛있는걸 안먹었다니.ㅋㅋㅋ"

우리 할머니는 유난히 잡채를 좋아하셨다. 
명절이나 생신 때 잡채를 하면 그 자리에서 한 접시를 먼저 드신다던 엄마의 표현이 아니더라도 내 기억에도 맛나게 잡채를 드시던 모습이 남아있다.

엄마에게 은근 시집살이를 시키시는 것 같아서 손녀들에게 별로 존경을 못받으셨던 할머니. 그렇지만 복이 많아서 천수를 누리시고 요즘 말대로 "백세시대"인 백 살을 채우고 돌아가셨다. 장례식날까지 덥지도 춥지도 않은 아름다운 가을 날 .. 날씨도 좋았고.  아들 네 명에 손자, 손녀 열 두명... 그리고 또 증손자, 증손녀까지... 
또 원하신대로 할아버지와 합장으로....

열 두 손자 손녀가 모두 장례식장에 또는 발인에 참석했는데... 베트남에 있던 사촌까지 왔다는데.... 정작 제일 많은 사랑을 받았던 나는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캐나다에서 한국이라는 물리적 거리는 마음만으로는 극복이 안되는게 있는가보다. 

음식을 보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미워하면서 닮는다고 우리 손녀들은 할머니를 그닥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할머니의 유전자는 우리 안에 선명히 남았는지 이젠 식성이 닮아가는 것도 같다. 뒤늦게 잡채 맛을 알아버린 동생처럼 나도 캐나다에 와서야 잡채 맛을 알게되었다. 아니 게다가 잡채를 잘 만드는 지경에 까지 도달했다. 특별한 일이 있어서 Potluck을 해야한다거나 누군가에게 한국음식을 대접할 일이 생기면 단골 메뉴로 잡채를 하다보니 솜씨가 늘었다고나할까?

외국인들은 고기를 넣고하는것보다 채소가 많은걸 더 선호하니 여기 사람들한테 익숙한 색색의 파프리카와 버섯을 듬뿍 넣으면 좋다. (저 날은 버섯을 못샀는지... 버섯은없네...ㅋㅋ) 베지테리안들이 많다면 계란지단은 없는게 좋고 (비건들은 계란도 안먹으니까...) 그래도 너무 심심하니 지단고명을 얹으면 이건 뭐냐고 묻는다. 간혹 시간이 남거나  정성이 넘친다면 흰자 노른자 따로!!! ~~그러면 "Wonderful!"

이렇게 잘 만드는 요리가 되었는데 난 생전에 할머니에게 잡채 한 번을 만들어드린 적이 없는것 같다. 그러고보니 할머니한테는 물론이거니와 울 엄마한테도 뭔 요리를 해드린게 없네.... 
더 늦기전에 아쉬움이 남지않게 엄마한테 내 솜씨를 보여드려야지. 
우리 엄마 너무 놀라서 소화가 잘 되실지는 모르겠지만,ㅎㅎㅎ

(캐나다에 와서 요리 솜씨와 함께 늘어난게 자화자찬이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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