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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이야기 만들기

오타와케이트 2018. 1. 29. 05:33

주중에는 외국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주말 토요일 오전엔 한국학생들에게 한글을 가르친다. 캐나다는 다문화주의를 표방하는 국가이기에 각 나라 언어에 대한 지원이 많다. 이민을 왔지만 모국어에 대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공교육시스템이 지원 하는 것이다. 

오타와에는 4개의 스쿨보드가 있는데 그 중에 두 개의 스쿨보드에 한국어 프로그램이 개설되어있다. 작년까지만해도 한 개 스쿨보드에 한국어가 있었는데.... 뭔 일인지 갈라져서 따로 학교를 개설했다. 학교가 여러개가 된다는 것은 학습자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니까. 교사에 입장에서도 일자리가 더 생긴다는 것은 나쁘지 않다. 문제는 다양한 수요에 의한 것인지? 아님 갈등에 의한 쪼개짐인지? (이유는 상상에 맡기고.)

아무튼... 세종대왕님은 백성을 어여삐 여겨 글을 만드셨으니, 가르치는 난 그저 학생들을 어여삐여기는 마음으로 가르칠 뿐.....

지난 주 수업은 전래동화 구연과 이야기 만들기.

동화 구연은 어쩌면 살짝 연기가 필요한 것인데 학생들이 무척이나 실감나게 잘 해주었다. 

우리가 잘 아는 '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읽고 신체와 관련 된 관용 표현들을 공부했다. (우리 말엔 신체와 관련 된 관용표현이 무척 많다. )

귀에 못이 박히다. 귀가 따갑다. 귀가 얇다. 

입이 짧다, 입이 무겁다, 입이 가볍다.

그 외에도 다른 신체부위별 대표적인 표현들을 몇 개 골라서 배우고 이 곳 서양의 표현과도 비교해 보았다. 

서양에선 bigmouth 가 입이 가벼운 사람을 뜻한다.  (조금 다른 느낌???)

그리고 우리 전래동화의 특징들을 가볍게 이야기해 본다. 

동물이 많이 나오는데 동물들의 캐릭터- 착한 동물, 나쁜 동물 뭐 이런 거. -또 교훈적이기에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결론도. 학생들 수준에 따라 '권선징악'과 같은 어휘도 가르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본 주인공을 제시한 '제한 된 글쓰기'를 시도해 보았다. 

너무 처음부터 이야기를 만들라하면 구상하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제한된 글쓰기는 기본 인물을 주고 시작하기에 부담없이 시작할 수 있다. 배운 표현들을 활용하도록 격려하는 것을 잊지않는다. 

학생들이 생각보다 자유롭고 참신한 아이디어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산 속에서 혼자 일하던 할머니와 호랑이가 만났다는 시작이다. 

채식주의자 호랑이, 알고보니 할머니는 어린 호랑이를 구해준 후견인, 또는 지혜롭게 호랑이를 설득하여 친구가 된 할머니, 손이 커서 넉넉한 음식을 준비한 할머니 등.... 

나는 학생들의 이야기에서 먹고 먹히는 관계가 아닌, 서로 돕고 챙겨주는 상생의 인간관계를 보았다. 누구를 먹고, 또는 먹히는 약육강식의 관계가 아니라 너와 내가 서로 함께 행복하게 사는 사회 . 이런 인간 관계는 이야기에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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