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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만족/보다

그린 북 Green Book ... 영화

오타와케이트 2019. 3. 16. 05:21

영화 그린 북은 너무 유명한 작품이라 시간을 내서 얼른 보고왔다.
이 이야기가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불과 몇 십년 전의 이야기라니....

여러 예술 분야 중 클래식 음악은 참 어렵다. (개인적 견해) 뭔가 고급 문화의 느낌이랄까?
그런 피아니스트 돈 셜리는 상류층 앨리트의 고상하고 품위있는 사람.
아직 흑백차별이 있는 남부 도시의 순회 연주회에 운전 기사겸 보드가드로 일하게 된 토니. 

토니는 이탈리아게 이민자로 뉴욕의 클럽에서 진상 고객을 관리하는 주먹 쎄고 배짱도 좋은 떠벌이.
너무나 다른 성격의 두 사람은 두 달 동안 남부로 연주 여행을 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영향을 주며
진정한 자신을 찾는다는 마음 따뜻한 이야기이다. 

몇 가지 인상 깊은 소재를 꼽으라면 난 파란 '행운의 돌'을 말하고 싶다.
토니는 중간 휴게소에서 파는 행운의 돌이 바닥에 떨어진 것을 보고 줍는다. 물론 땅에 떨어진 것을
주운 것이기에 돈은 내지 않는다. 이것을 알게 된 닥터 셜리는 다시 놓고 가거나 돈을 내라고  그런 다음 출발하라고 한다. 
토니는 화를 내며 놓고 갔지만 사실은 놓는 척하며 챙긴다. 
두 사람의 가치관의 차이와 약간의 긴장을 유발시킨 갈등 장면이었다. 
하지만 영화의 끝부분 눈보라를 헤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탁터 셜리는 행운의 돌을 자동차보드에 올려 놓으라고 그리고 
그렇게하니까 벌써 안전한 느낌이라고 행운의 돌을 인정한다. 심지어 마지막엔 자기가 가져와서 여러 소장품의 하나로 자신의 
집에 챙겨두기까지 한다.  
서로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상징의 의미라 생각한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좋아한 캔터키후라이드 치킨 장면....
캔터키에 왔으니 진짜 후라이드치킨을 먹어야한다는 토니. 
후라이드치킨을 (그것도 손으로... ) 한 번도 먹어보지 않았다는 닥터 셜리. 
토니는 "이건 당신네 음식인데... "하면서 이해를 못하고 먹어보라 권한다. 
결국 치킨을 맛있게 먹고 뼈를 차창 밖에 버리면서 환하게 웃는 닥터 셜리.
스스로의 제약과 구속에서 자유로워지는 미소라 생각 된다. 

가끔 " 우리 아이는 김치를 안 먹어요.", " 우리 애는 한국애들과 어울리지 않아요."
이런 식의 말을 자랑처럼 당연하게 말하는 어떤 부모들이 생각났다.
김치를 안먹고 한국친구가 없다고 진정한 캐네디언이 되는걸까?

이 외에도 대가족으로 함께 어울려사는 토니의 집과 궁전같이 화려하고 멋지지만 외로운 닥터 셜리의 집,
흑인 뿐 아니라 이민자 자체를 함부로 대하는 남부 경찰과 바람이 빠진 타이어가 위험하다며 챙겨주는 
북부의 경찰 등 가정과 공권력의 대조적인 모습들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무엇보다 남부에서 너무 공공연하게 남아있는 흑백차별이 처음에 그린 북을 보면서 의아해하던 토니에게-
아니... 자신도 흑인배관공이 마신 컵을 휴지통에 넣었던- 불합리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이 영화를 보면서 차별이란게 어떤 대단한 사건을 통해서가 아니라 일상적 관계에서 더 심할 수 있다는 것... 
그런 담담하고 일상적인 차별이 더 슬프다.
아예 대놓고 양복을 팔지않는 양복점이나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흑인의 입장을  허락하지 않는 식당도 문제이지만
서로 함께 트리오로 연주하는 두 연주자의 태도야말로 정말 무서운 차별이었다. 
함께 음악적 교감도 나누고 연주를 해야하는 트리오인데, 말하자면 동료인데.... 그들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철저하게 
닥터 셜리가 당하는 차별에 침묵할 뿐이다. 
물론 그런 부당함을 당하고도 마지막까지 품위를 잃지않고 웃으며 악수하는 닥터 셜리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말하기는
하고 닥터 셜리가 위험에 있다고 알려주기도 하지만 거기까지만이다. 그저 방관하고 침묵하는 모습이 너무나 비겁해보인다. 
그런 면에서 마지막까지 약속을 지키고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연주하라고 조언하고 또 위험한 온갖 순간들을 몸 사리지
않고 해결해주는 토니야말로 겉으로는 건달 같아도 속으로는 자신만의 신념을 지키려는 용감한 소시민의 모습이 아닐까?

물론 영화를 볼 때 우리는 '난 그런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사실 우리는 누구나 다 조금씩은 인종차별을 한다. (정도의 차이일 뿐)
살며서 만나게되는 한 두명의 사람들이 나에게 어떤 벽을 만들어 주기도하고 또 좋은 사람을 만나면 그 벽을 
허물기도하면서... 
나 역시 남들이 볼 땐 쬐끄만 동양아줌마일텐데.... 
이민자로 살고 있기에 사실 이문제는 한 마디로 말하기는 어렵다. 
물론 미국보다 캐나다가 이민자에게 관대하다지만 그렇다고 차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닥터 셜리의 말대로 차별과 폭력에 대비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잃지않는 것이라데 동감한다. 
인종을 떠나 나 자신에 대해 자존감을 갖고 동시에 다른 사람의 자존감도 존중해 주는 것이 다양한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지혜가 되리라. 

과하거나 자극적이지 않에 일상의 차별에 대해 보여 준 영화... 
부담없이 봤는데.... 묵직한 울림을 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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